카스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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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불가촉 천민
4성 계급 체계 (고대 경전(마하바라타 등)에서 묘사된 각 바르나의 색깔로 표시함)

카스트(Caste) 제도인도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전통적인 사회계급 체계 혹은 신분제도를 말한다. 힌두교 교리와 고대 사회규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으며, 언어와 민족이 다양한 인도에서 대표적인 공통문화로서 기능하고있다. 그 기원은 인도 대륙에 아리아인들이 진출하여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인 기원전 1,0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인도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전근대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세습적 신분제도의 인도식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완전히 근절되지 못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용어 정리

카스트(caste)라는 용어는 '인종, 혈통 혹은 순결함, 순수함'을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카스타(casta)'에서 유래되었다. 유럽 세력 중에서 최초로 인도에 진출한[1]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당시 인도에 존재했던 다양한 신분 구분이 '카스타'라고 불려지기 시작했데, 이후 인도를 지배하기 시작한 영국인들에 의해 지금의 명칭인 '카스트(caste)'로 다시 불려지게 된 것이다. 현재 '카스트'는 출생과 혈통에의해 결정되는 사회적, 직업적 계급 그 자체를 의미하며, 이러한 카스트들 간의 우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분제도를 카스트 제도(Caste System)라고 한다. 참고로 '카스트'는 인도의 특수한 계급 상황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전근대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억압적 신분제도를 지칭하는 일반 명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카스트'나 '카스트 제도' 대신, 색깔을 의미하는 '바르나(Varna)'나 출생을 의미하는 '자티(Jati)'를 주로 사용한다. 양자 모두 신분계급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지만, 실제 사용례에 있어서는 다소 큰 차이가 있다.

바르나

바르나(Varna, वर्ण)산스크리트어로 '색깔'을 의미하며, 인도 고유의 4성계급체계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여 왔다. 고대 아리아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유의 신분제도가 피부색에 따른 피지배 집단과의 차별의식, 그리고 종교적 귀천(貴賤)의식과 결합하여 4가지 계급 구분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4가지 계급들은 사제계급인 브라만과,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 그리고 평민계급인 바이샤와 노예계급인 수드라로 구성되며, 각각은 고유의 직업적 속성들과 더불어 상호간 배타적이면서 수직적인 서열체계를 구성한다. 바르나간의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차별과 억압이 필연적으로 동반되고 있지만, 이러한 폐단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나 윤회와 같은 힌두교적 설정들이 동원되고 있다.


4성 계급 체계
브라만 바르나 중 가장 높은 계급으로 승려, 학자 등이 이에 속한다. 힌두교의 가르침을 전승하고 설파할 수 있는 성스러운 신분으로 여겨진다. 재생자(Dvija)에 속한다.
크샤트리아 전사, 정치인, 귀족에 해당하는 계급으로 브라만과 함께 지배층을 형성한다. 재생자(Dvija)에 속한다.
바이샤 농민, 상인, 수공업자 등 실질적인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평민 계급이다. 재생자(Dvija)에 속한다.
수드라 육체 노동과 사역에 종사하는 노예 계급에 해당한다. 재생자(Dvija)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의 실제 계급체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러한 4개의 바르나만을 가지고 현실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큰 범주에서 4가지 바르나 구분이 존재하지만, 각 바르나 안에도 '자티(Jati)'라고 부르는 다층적으로 분화된 세부적인 상하구분이 더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외에도 4성계급체계에 들지 못하는 불가촉 천민 집단도 존재한다. 이들은 힌두교의 가르침에서 조차 완전히 배제된 존재들로서 수드라 보다 더 아래에 있는 집단이다. 다른 바르나들로 부터 불결하고 저주받은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물 혹은 시체 처리와 같은 사회에서 가장 더럽고 하찮은 일들을 맡으며 살아가고 있고, 지속적인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자티

자티(Jati,जाति)산스크리트어로 '출생'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직업과 혈연을 기초로한 전통적인 족벌가문을 뜻한다. 4가지 바르나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직업과 혈연을 기준으로 더욱 더 세분화되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자티들 사이에도 엄격한 상하위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4성계급체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계급구분의 형태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대분류 기준인 4개의 바르나와 하위분류 기준인 자티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같은 바르나 안에서도 직업 및 가문에 따라 수많은 자티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자티내혼(內婚)을 통해 같은 성(姓)과 특정 직업을 대대로 세습하고 있다. 현재 인도 내에 존재하는 자티의 종류는 3,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카스트'란, 4성 구분을 의미하는 '바르나'와 배타적 직능 구분을 의미하는 '자티', 두가지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의미에서의 카스트는 전자인 '바르나'를 뜻하고, 사회적, 경제적, 직업적 의미로서의 카스트는 후자인 '자티'를 말한다. 이들은 맥락에 따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카스트라고 지칭했을 경우 의미전달에 있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 자즈마니(분업 경제) : 소규모 마을의 경우 최대 30여개의 자티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상호간의 협력과 분업을 통해 '자즈마니(Jajmani) 체제'라는 반자급자족적 경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자즈만'이라 불리는 지주 혹은 농업에 종사하는 자티들이 세탁부, 목수, 백정, 도기공, 직조공, 청소부, 이발사 등과 같은 사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티들에게 수확량 일부를 제공하는 대가로 일상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현물교환(곡식과 서비스) 형태의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이들은 전부 세습 직역들으로 수직적 위계 서열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우대와 차별을 받는다. 다만 완전히 폐쇄적인 자급자족적 경제 구조는 아니어서 잉여생산물은 시장을 통해 다른 지역과 거래되며, 한 마을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물품과 용역도 시장을 통해 충족된다. 따라서 다수의 마을을 고객으로 확보한 자티들의 경우 수완에 따라서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티 구분을 근간으로 한 자즈마니 체제는 하층 계급을 착취는 형태로 악용되기도 했으나, 고대부터 직업적 분업화와 전문화를 가속화시켰기 때문에 생산량 증대에 기여하기도 했다. 물론 출생에 의해 부여되는 자티에 따라 평생의 직업이 결정되고, 개인의 의사나 적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대에 들어와서는 인적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게 하는 주요 폐습일 뿐이다.


  • 서열 : 자티간의 서열은 힌두교식 정(淨)-부정(不淨) 관념에 의해 결정된다. 힌두교에서는 생명이 깃들어 있거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을 깨끗한 것으로 보는 반면, 생명이 끊어지거나 신체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을 부정하게 생각한다. 이에 따르면 갠지스 강믈, 소똥[3], 우유, 기버터, 베다 경전 등은 청정한 물질로 여겨지며, 침, 땀, 피, 때, 배설물, 사체 등은 매우 부정한 물질로 여겨진다. 따라서 청정함과 관련된 직업집단은 상위 자티를 구성하고, 부정함과 관련된 직업집단은 하위 자티를 구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배설물을 처리하거나, 시체를 치우는 일, 땀이 많이 나는일, 피를 손에 뭍히는 일 등은 필연적으로 부정함이 동반되기 때문에 천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반면, 베다 경전과 관련된 사제직은 그 자체로서 청정하기 때문에 귀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나아가 브라만 내에서도, 경전을 연구하는 사제는 청정하며, 장례식을 담당하는 사제는 상대적으로 불결하다는 엄격한 서열 구분이 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의례적인 서열일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실력에 따라 자티의 실질적인 서열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 생활규제 : 정-부정 관념에 따른 서열은 자티간의 엄격한 생활규제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각 자티는 자신들의 정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주의 상당부분 통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계급의 높낮이에 따라 다소 다르다. 그 중 음식에 대한 규제가 가장 엄격한 편으로, 하위 자티가 만든 음식기버터가 사용되지 않는한[4]오염원으로 간주되어 기피되며, 육식은 불결하고 채식은 정결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상위 자티들의 경우 채식이 권장되는 편이다. 그 밖에 복식이나 기타 생활방식에 있어도, 해당 계급의 정결도에 걸맞는 독자적인 규율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규율들은 족벌 단위의 고유 문화로 뿌리내려 졌으며,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주요 준거로 기능하고 있다.


  • 배타성 / 폐쇄성 : 자티에 반영된 정-부정 관념은 자티들간의 교류 제한이라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개별 자티는 자신들의 정결함을 보존하기 위해 하위 자티들과의 사회적 교류를 기피하기 때문에, 대개는 자티내 친족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편이다. 그 중 동일 자티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식사'의 경우 공동체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동료의식을 고양하는 주요 일상 의례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하위 자티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에서부터 행사의 동석 및 겸상은 물론이고, 결혼과 같은 혈연적 교류까지 엄격하게 제한된다. 따라서 결혼의 경우, 족외혼이 일반적이지만, 동일한 자티 계급 사이에서만 이루어 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동족 집단에서 추방당하거나 가혹한 응징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혼인원칙은 집단 고유의 정체성 유지와 완결적인 후계생산을 위해 철저하게 준수되는 편이다. 다만 여성의 경우 자신보다 높은 계급과 결혼하는 것은 허용된다.


가문 단위로 직업을 세습하기 때문에 '성(姓, family name)'에 따라 직업의 종류나 자티의 서열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민족 구성이 복잡한 인도인들 끼리도 서로의 카스트(자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름을 통해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분이 낮은 계급인 경우 차별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종교적 색체

카스트 제도는 전근대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억압적 신분제도의 인도식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힌두교적 세계관이 사회구조적인 형태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당화 논거는 다분히 종교적 전통으로부터 기인한다. 첫번째 논거는 리그베다에서 설명되고 있는 계급 탄생의 신화적 설명이다. 이에 의하면 브라만은 최초의 원인(原人) '푸루샤(Purusha)'의 입에서, 크샤트리아는 팔에서, 바이샤는 다리에서, 수드라는 발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이는 귀천의 구분을 정당화 하는 신화적 장치로 이용되어 왔다. 두번째로는 정결함과 부정함의 차이에 따른 엄격한 서열 설정에 있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의례적인 정(淨)과 부정(不淨)의 구분이 삶의 전분야에까지 확대된 것으로서, 깨끗함에 가까울 수록 고귀한 신분에 해당하게 되고, 더러움에 가까울 수록 천한 신분으로 취급되는 등, 매우 엄격한 서열 구분이 구축된 것이다. 각 자티들은 자신의 정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주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며, 결혼을 포함한 하위 자티들과의 일체의 혈연적 교류를 제한하고 있다. 세번째로는 카르마윤회의 개념을 통해 출생의 숙명을 정당화하는 논리이다. 즉 현재 자신에게 부여된 카스트는 자신이 전생에 쌓았던 카르마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달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에 대한 해방은 공덕의 축적, 즉 다르마의 준수를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적 억압 구조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인 정당화 기제로서 오랫 세월 동안 기능해 왔다.


이와는 별개로 이슬람교기독교 집단의 경우에도 자신들만의 카스트 서열이 존재하며, 힌두교 집단과 마찬가지로 매우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모습을 하고있다. 즉 현실 속에서의 카스트 제도는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인도 고유의 사회규범이 되어버린 샘이다.

유동성

4가지 바르나의 순위는 명목상 고정되어 있지만, 그 아래 세분화된 자티 서열은 의례적 순위와 더불어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결정된다. 즉 하위 자티라 할지라도 경제적 혹은 정치적인 성취를 이룬 경우, 의례적인 서열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폐쇄적인 신분제도이긴 하지만 일정 정도의 유동성이 존재하는 하는데, 특히 사회 변동기나 불안정한 시기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다만 하층 계급의 경우 가난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의례적인 서열이 실질적인 서열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특정 하위 자티가 상당한 수준의 성취를 이룬 경우, 서열의 상대적 향상에만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바르나를 개작하는 방법으로 절대적인 신분을 상승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산스크리트화(Sanskritisation)'라고 하는데, 채식, 금주, 베다 공부 등 상류층의 문화 규범들을 흉내내고, 족보나 가문 신화 등을 개작하여 다른 상층 자티들의 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이루어 진다. 때로는 본래의 자티명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고, 친족 혹은 유사 자티들을 규합해서 정치세력화 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상위 바르나에 해당하는 자티지만, 정치적 혹은 경제적으로 몰락하여 천하고 불결한 직업에 종사해야 하는 경우, 자연적으로 하위 바르나로 강등당하기도 한다. 일부 중상위 바르나에 해당하는 자티들은 공직 할당제와 같은 하층 카스트를 향한 정부의 우대 조치를 노리고 자신들의 바르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하향운동'을 벌이기도 한다.[5]

기원

전통적으로 다수의 학자들은 대략 기원전 1,000년 전인 아리아인들이 본격적으로 인도에 진출하여 정착을 시작했던 때부터 카스트 제도가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아리아인들이 선주민인 드라비다인들을 정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배민족과 피지배민족으로 나뉘는 계급적 분화가 발생했고, 지배계급은 성직자 계급인 브라만을 중심으로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와 생산활동을 전담하는 평민 계급인 바이샤로 구분 되면서, 피지배 계급인 수드라와 함께 4성 계급체계를 형성해 갔다고 한다. 리그베다에서는 이러한 신분계급을 '색깔'[6]이라는 의미인 '바르나'를 통해 규정했으며, 이는 성스러운 신분과 그렇지 않은 신분 혹은 정복민과 피정복민을 구분했던 흔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 이면에는 브라만 중심의 제사만능주의사상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에 대항하여 카스트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불교자이나교 같은 새로운 사상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어쨋든 카스트 제도는 베다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인도에 자리를 잡게된다. 다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인 모습과는 달리, 당시의 카스트 제도는 계층 이동과 통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으나, 기원전후 성립된 마누 법전이 사회 전반에 적용됨에 따라 그 양상이 보다 엄격하게 변모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기의 민족적 혹은 인종적 구분은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문화적 혈연적 결합 과정에 따라 점차 약화되었고, 대신 사회 변화에 상응하는 직업적 분화과정이 일어나 4성계급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혈연적 직업공동체(자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인도로 지속해서 진출해 왔던 다양한 이민족들은 자신들의 세력에 걸맞는 새로운 카스트를 부여받았고, 토착 부족민들 역시 굽타 왕조와 같은 강력한 통일 제국이 등장함에 따라 하층 계급을 형성하며 바르나 체계로 편입되게 된다. 이후 카스트 제도는 중세기의 혼란 상황을 거치면서 더욱 더 세분화고 확대되었다. 12세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흥하기 시작한 이슬람 왕조들의 경우, 권력의 안정화를 위해 브라만, 크샤트리아 등과 같은 상위 바르나들을 자신들과 동일시했고, 통치의 효울성(특히 징세)을 위해 하위 카스트들의 차별적 지위를 강화하는 등, 카스트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경우도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힌두교무슬림 세력 간의 알력을 이용했고, 통치 규정을 지역별 혹은 자티별로 차별화했다. 당시 민중들도 혼란스러운 시대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 혈통, 직업 단위로 결집을 시도했다. 이후 인도를 통치한 총독부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카스트 제도를 구시대 악습으로 간주하여 철폐시키려 했으나, 실제로는 차상위 자티에 대해서 정부 요직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부여하고, 하위 자티들[7]에 대해서는 직업적 차별을 가하는 것과 함께 범죄 인자의 보유 대상자로 간주하여 철저한 탄압을 가하는 등, 가혹한 '분할통치'를 실현했다.[8] 이러한 차별적인 통치 방법은 자티 상호 간의 배타성과 차별성을 강화시키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자티들은, 근세를 거쳐오면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빈곤과 전쟁, 잦은 왕조 교체, 차별적 통치와 같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민중들이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생존적 집단화'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개혁 운동

불교자이나교 같은 비베다 전통들은 일찍부터 카스트 제도를 부정했고, 대중적 힌두 신앙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박티 신앙의 경우도 카스트의 부정 내지 완화의 토대 위에 성장했다. 15세기 등장한 카비르(Kabir)의 힌두교 개혁 운동이나 나낙(Nanak)의 시크교이슬람교의 평등 정신을 힌두교에 가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다소간 개혁적인 내용으로 재해석되어 폐악을 완화시켰을 뿐, 카스트 제도의 폐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본격적인 카스트 개혁 움직임은 영국 식민 통치 시대에 나타난 '브라흐모 사마즈(Brahmo Samaj) 운동'이나 '아리야 사마즈(Arya Samaj) 운동'과 같은 개혁적 힌두교 운동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그러한 흐름은 20세기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보수적 개혁운동과 암베드카르불가촉천민 운동으로 이어진다. 독립 이후 하층 계급들을 중심으로 이익연합체 구성을 통한 정치 조직화에 성공했고, 자신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카스트 제도의 폐지나 완전한 이탈을 추구하는 '반브라만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응 및 노력

1947년, 인도 공화국이 독립국가로 출범할 때부터 연방 정부는 카스트 제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자와할랄 네루 정부는 세속주의, 사회주의, 평등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카스트 제도를 대표적인 악습의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한 근절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1950년 공포된 제헌 헌법에서부터 일체의 차별 금지와, 세속화, 그리고 하위 카스트들에 대한 적극적 평등 조치 등을 규정했다.


우선 헌법 제15조에서 카스트, 성별,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할 것을 규정했고, 헌법 제17조에서 불가촉 천민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할 것을 선언하고 금지 조치했다. 이후 1955년에 '시민권 보호 법률(Protection of Civil Rights Act, 1976)'로 개명되는 '불가촉 천민 법률(Untouchability Act)'을 제정했고, 나아가 헌법 제17조 규정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1989년 '지정 카스트와 지정 부족에 관한 법률(Scheduled Caste and Scheduled Tribe Act)'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헌법 제341조 및 제342조에 의거 전통적으로 차별받아온 하위 카스트 집단들을 공식적으로 지정하여 목록화했다.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s, ST)와 지정 부족(Scheduled Tribes, ST), 그리고 이들 이외의 기타 소외 계층(Other Backward Class, OBC)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 센서스에 의하면 지정 카스트는 전체의 인구의 16%, 지정 부족은 8%를 차지하며,[9][10] 통계청 산하 The National Sample Survey Organisation(NSSO)에서 실시한 2006년 조사에 의하면 기타 소외 계층은 전체 인구의 4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11][12]


또한 헌법 제330조 이하에 따라, 하위 카스트들에 대한 적극적인 평등 조치(affirmative action)의 일환으로, 입법, 사법,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공직과 대학 입학 정원 등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할당하는 쿼터제(Reservation Seats)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지정 카스트지정 부족의 경우 각각 15%, 8%,[13] 기타 소외 계층의 경우 27%의 우선적 할당이 적용된다.[14] 1992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이러한 시혜적 평등 조치는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서 전체 정원의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15] 하지만 지정 카스트지정 부족, 기타 소외 계층에 할당된 쿼터의 비율은 50%에 육박하기때문에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크다.[16] 특히 쿼터제 실행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중상위 카스트들의 경우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크게 반대하고 있다. 사실 하위 카스트들의 수가 최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할당된 공직 진출과 교육의 기회 만큼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하위 카스트로 강등을 원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17] 하위 카스트들의 경우 비록 공식적으로는 카스트 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카스트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혜택을 누리려는 경향이 있어 카스트 제도를 근절하는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1955년과 1956년에는 카스트 제도와 가부장 질서를 기반으로하는 전통적인 가족법 체계를 시정하고자, 종교간 혹은 카스트간 혼인을 허용하고, 이혼의 자유를 명시한 '힌두 혼인 법률(Hindu Marriage Act, 1955)', 여성들의 상속권 제한을 폐지한 '힌두 상속 법률(Hindu Succession Act, 1956)', 입양과 양육의 의무를 규정한 '힌두 입양 양육 법률(Hindu Adoptions and Maintenance Act, 1956)', 미성년과 후견인 제도를 규정한 '힌두 미성년 후견인 법률(Hindu Minority and Guardianship Act, 1956)'와 같은 근대 시민법 원칙이 적용된 4가지 가족법률들(Hindu code bills)을 제정했다.

최근 경향

카스트 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고, 정부의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통해 그 폐혜가 과거보다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인도인들의 인식속에는 카스트와 관련된 차별적 관념이 강하게 남아있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거나 시골지역에 거주할 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촉 천민을 대상으로한 사회적 차별 및 범죄 등도 인도 전반에 만연해 있다.


하지만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카스트의 관념이 점점 엷어지는 추세이다. 젊은 계층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인도가 계속해서 고속 성장을 하고 있고 기존의 전통 시스템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재편되어 가면서 카스트 보다는 경제력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소위 '돈'에 의해 신분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브라만, 크샤트리아 계층이라도 좋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수드라불가촉 천민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직해서 지시를 받아야하는 시대인 것이다. 실제로 크샤트리아에 해당하는 왕족 혹은 영주 출신인 '라자(Rajah)들도 생계를 위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궁성을 호텔로 개조해서 영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존에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카스트 간 통혼도 적지 않게 일어 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불가촉 천민과 상위 카스트 간의 혼인은 대단히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가업으로서의 자티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세습되는 것이 원칙이나, 격변하는 경제 상황에 따라 직업의 내용과 형식이 바뀌기도 하며, 자식대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자즈마니 경제 체제의 와해나 축소의 경향으로 나타난다.


반면 자본주의가 정착되고 산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상당수의 인도인들이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 자티 집단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속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인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위 자티들의 경우 거대한 정치 집단을 구성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몰표를 행사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도 인민당이나 인도 국민회의와 같은 주요 전국 정당들은, 록 사바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이들을 대표하는 정당[18]이나 정치, 사회 단체들을 포섭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상황 변화는 카스트 제도를 집단화시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카스트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각주

각주

  1. 1498년에 바스코 다가마가 캘리컷에 도착했다.
  2. Star of Myosre:Classifying Jati
  3. 소똥은 중요한 연료로 사용되어 왔다.
  4. 우유나 기버터는 정결한 물질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사나 잔치에서 제공되는 음식들은 기버터를 이용한 경우가 많다.
  5. 구자르 폭동 사태 참조
  6. 피부색 또한 카스트 만큼이나 차별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7. 수드라, 불가촉 천민 포함
  8. 당시 총독부에 의해 실시된 카스트 센서스 조사에 의하면, 총 3,000여개의 세부 카스트(자티)가 존재하며, 그 아래 90,000여개에 이르는 하부 혈연 그룹들이 또 존재한다고 한다.
  9. Census2011, Scheduled Castes
  10. Census2011, Scheduled Tribes
  11. OBCs form 41% of population: Survey, The Times of India, 2007.09.01
  12. OBCs make up 41% of population: Survey, Rediff India Abroad, 2006.11.01
  13. Web Archive:Ministry Human Resource Development
  14. Sunday Story: Mandal Commission report, 25 years later, Indian Express, 2015.09.01
  15. legal Services India:Indra Sawhney & Others Vs.Union of India
  16. 인도 주요 명문 대학교의 경우 하위 계층에 대한 할당이 49.5%이나 되기 때문에 반발이 심한 편이다.
  17. 구자르 폭동 사태 참조
  18. 대표적으로 LJP(Lok Janshakti Party), 불가촉 천민이 중심이된 정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