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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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

크리슈나(Krishna)는 힌두교의 주요 신격 중 하나로, 비슈누의 8번째 화신이다. <마하바라타>나 <바가바타 푸라나> 등을 통해,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태어난 영웅이자, 열열하게 사랑을 나누는 쾌남자, 그리고 진중한 조언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비슈누가 가진 구원자로서의 측면이 잘 구현된 신격으로, 주로 자비와 연민, 애정과 같은 긍정적인 덕목들을 상징한다. 다만 때로는 기만적이면서 목적지향적인 모습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양면적인 성격도 강한 편이다. 비슈누교의 주요 신앙의 대상이며, 분파에 따라서는 비슈누 그 자체로 숭배되거나, 혹은 비슈누를 파생시킨 지고의 존재로 숭배되는 경우도 있다. 8,9월에 열리는 잔마스타미(Janmastami)는 크리슈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축제일이고, 10,11월에 열리는 디왈리(Diwali)는 크리슈나의 승전을 기리는 것을 주된 테마로 삼고있다. 2,3월에 열리는 홀리(Holi) 축제는 크리슈나와 라다(Radha)의 연애담과 관련이 있다.

연원

크리슈나 신앙은 본래 비슈누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전통에서 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실존했던 부족 영웅의 설화들이, '크리슈나 숭배'나 '바수데바(Vasudeva) 숭배'와 같은, 토착 신앙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이며, 기원전 4세기 이후부터 이들 속성이 결합하면서, '크리슈나'를 '바가바단(Bhagavan)'[1]으로 숭배하는 '바가바티즘(Bhagavatism)'이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가바티즘이 비슈누 숭배 전통에 흡수되면서, 크리슈나는 힌두교의 주요 신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기원전후로 정립되었던 <마하바라타>와 <바가바드 기타>를 통해 비슈누의 8번째 화신의 입지를 최종적으로 획득하게 된다. 그의 활약상의 대부분은 5,6세기 이후부터 정립되기 시작하는 <바가바타 푸라나>나 <비슈누 푸라나>를 통해 정리되었으며, 그 중 유년시절의 일화들은 <마하바라타>의 부록에 해당하는 <하리밤사(Harivamsa)>를 통해 정리되었다. 7세기 이후 박티 운동이 부흥함에 따라, 비슈누교의 신앙도 크게 대중화되었는데, 그로 인해 비슈누의 화신인 크리슈나도 주요 숭배 대상의 하나로 승격되기 시작했다. 특히 라다와의 사랑이야기는, 12세기 이후에 등장하는 '자야데바(Jayadeva)'와 '비드야파티(Vidyapati)', 그리고 '차이탄야(Chaitanya)'와 같은 시인 성자들에 의해, 박티 실현을 위한 주요 소재로서 활용되기도 했다.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국제 크리슈나 의식 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는 근원적 실재로서의 크리슈나를 숭배하며, 현재 힌두교 교의를 서구권으로 전파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징

크리슈나와 라다

크리슈나는 그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여러 전승들 속에서, '악을 처부수는 정의의 사도', '짓궂은 장난을 즐기는 악동', '여성을 유혹하며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호색한', '냉정하면서 용맹스러운 전쟁영웅', '지혜를 설파하며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현자' 등,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고, 고난을 해결하는 구세주로서의 모습도 있지만, 기만적이면서 목적지향적인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의 전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라마(Rama)'와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릴랄(Lila)'[2]로 대변되는 그의 익살스럽고 자유분방한 모습 때문에 민중들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다. 또한 그는 박티 신앙의 주요 숭배 대상으로서, 해탈에 이를 수 있는 궁극적 구원의 길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와 라다의 사랑 이야기는 박티의 실천적 모습을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영웅적 일대기는 그리스의 헤라클레스에 비견되며, 구원자로서의 면모는 기독교의 예수에 비견된다.

겉모습

비슈누와 마찬가지로 푸른색의 피부를 지닌 미남자의 모습이다. 실제로 크리슈나는 산스크리트어로 '검은', '검푸른'을 뜻한다. 그는 공작 깃털로 만든 화관을 쓰고, 반수리(Bansuri) 피리를 불거나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소나 송아지를 대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목동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일 때는 익살맞고 장난끼 많은 통통한 악동으로 그려지며, 청소년기에는 연인 '라다'나 젖짜는 '고피(Gopis)' 여성들과 함께 다정하게 모여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유아 혹은 소년 크리슈나는 '발라 크리슈나(Bala Krishna)' 혹은 '고팔라 크리슈나(Gopal Krishna)'라 불리며, 독자적인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년 크리슈나는 라다와 동반하는 모습으로, 특히 북인도를 중심으로 '라다 크리슈나(Radha Krishna)' 신앙을 강력하게 형성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전차(Chariot)를 모는 마부 내지 전차장으로, '아르주나(Arjuna)'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관련 신격

최고신 비슈누의 8번째 아바타로서, 그의 부친은 야다바 부족의 '바수데바(Vasudeva)'이고, 모친은 폭군 '캄사(Kamsa)'의 누이동생 '데바키(Devaki)'이다. 그는 그들의 8번째 자식으로, 위로는 형 '발라라마(Balarama)'와 아래로는 여동생 '수바드라(Subhadra)'를 두고 있다. 어렸을 때는 고피 '라다(Radha)'와 사랑에 빠졌고, 이후에는 '루크미니(Rukmini)'를 아내로 맞이 했다.

일생

서사시와 푸라나들을 통해 그의 일생을 시작부터 끝까지 조망해 볼 수 있지만, 전승들에 따라 서로 모순되는 내용도 많이 있다.

어린 크리슈나
  • 출생 : 크리슈나는 야다바(Yadavas) 부족의 '바수데바(Vasudeva)'와 그의 아내 '데바키(Devaki)' 사이에서 태어 났다. '캄사(Kamsa)'는 마투라를 지배하는 잔혹무도한 폭군로, 자신이 여동생 데바키가 낳은 아들에 의해 머지않아 살해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접하게 되어, 그녀의 자식들을 태어나는 족족 살해해 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슈누의 화신으로 탄생한 크리슈나는 두르가 여신의 은총에 의해 몸을 피할 수 있었고, '브린다반(Vrindavan)' 지역의 목동 '난다(Nanda)'와 그의 아내 '야소다(Yasoda)'에 입양되어 안전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 유년기 : 어린 크리슈나는 그의 형제 발라라마와 함게 난다와 야소다의 자녀로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다. 크리슈나는 매우 짓궂고 익살맞은 악동이었는데, 우유와 버터를 훔쳐 다 먹어치우거나, 소들을 풀어주기도 했다. 또한 소녀들이 목욕하고 있을 때 옷을 숨기기도 하며, 그들이 물 항아리를 머리에 지고 걸어갈 때 그 것을 깨버리기도 했다. 한편 폭군 캄사는 크리슈나의 소재를 파악한 뒤, 그를 살해하기 위해 살해 자신의 악마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독젖을 먹여 그를 살해하려 했던 여악마 '푸타나(Putana)'를 비롯하여, 폭풍의 모습을 한 '트리나바타(Trinavata)'나, 소로 변장한 '바타수라(Vatasura)' 등이 차례로 찾아 왔지만, 크리슈나는 이들을 모두 물리치게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의 비범한 권능을 펼쳐보이며, 지역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얻게 된다.
  • 사랑 : 어느날 크리슈나는 자신이 즐겨 찾는 숲속의 한곳에 걸터 앉아 반수리(Bansuri) 피리를 흥겹게 불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름다운 선율은 주변의 고피(Gopis, 젖짜는 소녀)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고피들은 크리슈나가 있는 곳에 몰려들어, 그의 피리 연주에 맞추어 열정적인 춤을 추기 시작했다. 크리슈나도 이에 동참하면서 이내 춤과 음악의 향연장이 펼쳐지게 된다. 이로 인해 크리슈나와 고피들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그 중 유부녀였던 라다와의 관계가 특별하게 전개되었다. 둘은 헌신적이며 순수한 사랑을 나누었지만, 애뜻하고 행복한 감정을 뒤로한 채, 불륜이라는 현실적 한계로 인해 결국 이별하게 된다.
  • 인드라와의 대결 : 크리슈나가 살고 있던 브린다반 지역 목동들은 전통적으로 인드라 신에게 희생제를 올려왔다. 하지만 크리슈나는 이들에게, 목축업을 계속 영위하는 이상, 폭풍과 비바람 보다 숲과 언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며, 인드라 숭배 대신 언덕의 신을 숭배하라 권고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인드라는 크리슈나에 대노하며,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엄청난 폭우를 브린다반 지역에 쏟아부어 모두를 익사시키려고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크리슈나는 자신의 권능을 발휘하여, '고바르단(Govardhan) 언덕'을 들어 올림으로써, 그 비바람을 모두 막아내 버렸다. 크리슈나의 힘에 놀란 인드라는 그가 최고신 비슈누의 화신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그에게 사죄하게 된다.
크리슈나와 아르주나
  • 정의구현 : 폭군 캄사는 크리슈나를 해치우고자, 자신의 수하들을 통해 함정을 마련한 후, 그를 자신의 성으로 초대했다. 크리슈나는 이에 기꺼이 응했고, 형인 발라라마와 함께 마투라로 귀환하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캄사의 강력하 부하들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갔고, 결국 캄사 마져 죽여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의 왕관을 회수하여, 그에게 폐위당한 부왕 '우그라세나(Ugrasena)'를 복권시켜 다시 통치케 했다. 그는 평화를 되찾은 마투라에 머물며, 아루주나 등, 자신의 사촌인 판다바 형제들과 깊은 교분을 나누게 된다.[3] 그 뒤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지금의 구자라트 주의 드와르카에 정착하여 새로운 왕국을 일으키게 된다. 루쿠미니라는 새로운 왕비도 맞이하게 된다.
  • 대전쟁 : 쿠루 왕조의 패권을 놓고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된 판다바(Pandavas) 형제들과 카우라바(Kaurava) 형제들은 '쿠루크셰트라(Kurukshetra)' 전투에서 최후의 옥석을 가리게 된다. 크리슈나는 양측 모두로부터 가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기존의 관계를 고려하여, 카우라바 측에는 자신의 병력을 빌려주고, 판다바측에는 비전투 요원으로 가담하겠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크리슈나는 절친 아루주나의 마부가되어 그의 전차를 몰며 전장에 나서게 된다. 다만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자신의 뒤에 타고 있던 아르주나가 상대 진영에 있는 그의 친지들과 지인들을 목격 하고서는, 전쟁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크리슈나는 그에게 '마땅히 수행해야할 사명'에 대해 뜻 깊은 설법을 베풀며, 그로 하여금 전쟁에 다시 임할 수 있게 사기를 북돋았다. (<바가바드 기타>)
  • 왕 그리고 최후 : 크리슈나는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본거지인 드와르카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지혜롭고 어진 통치로 왕국을 번영시켜 나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야다브 일족들 사이에서 큰 분쟁이 일어나, 발라라마를 포함한 자신의 혈족 대부분이 살해당하게 된다. 그는 비탄과 체념에 잠긴 채, 왕좌를 뒤로하고 숲속에 은거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한 사냥꾼이 그를 사슴으로 착각하여 활을 쏘았고, 그는 그 화살에 맞에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참고 자료

각주

각주

  1. 헌신과 사랑이 동반되는 숭배의 대상, 즉 박티의 대상
  2. 산스크리트어로 '놀이(Play)'를 뜻하며, 경쟁이나 보상이 배제된 순수한의미의 유희를 말한다. 크리슈나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3. 크리슈나의 고모인 '쿤티(Kunti)'는 <마하바라타>에서 '쿠루(kuru)' 왕조의 판두(Pandu)와 결혼하여 판다바(Pandavas) 형제들을 낳는 것으로 나온다.